대상관계 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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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 정신분석이란

멜라니 클라인이 주창한 대상관계 정신분석은 삶의 전반에 걸쳐 형성된 내면의 상을 면밀히 살피고 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심리학의 주요 분야입니다.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류는 인간의 마음에 지대한 관심을 쏟으며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고대와 중세에는 철학이 그 중심에 있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심리학이 그 역할을 이어받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정신분석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동시에 이후 등장한 수많은 심리학 이론의 기틀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에 의해 창시된 이 심리학 분야는 1896년에 이르러 ‘정신분석’ 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무의식적 정서가 인간의 행동양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였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인 공포를 느끼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우울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원하지 않는 행동을 되풀이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어딘가에 갇힌 듯 답답하고 무력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대체로 우리는 그 원인을 알지 못합니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이것을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의식화하지 못한 기억들, 혹은 의식적으로 기억하지만 미처 처리하지 못한 정서적 파편들이 현재까지 살아남아 여전히 내적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무의식적 기억이나 감정, 충동 등을 의식으로 끌어냄으로써 신경증을 앓고 있던 환자들의 증상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이를 통해 ‘대화 치료 Talking Cure’ 라고 불리는 정신분석 치료를 시행하고 발전시켰습니다.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관계 정신분석

프로이트의 생각을 이어받은 멜라니 클라인 Melanie Klein 은 성인의 정신 세계에 한정되어 있던 정신분석의 범위를 아동과 청소년의 치료에까지 확장시켰습니다. 
프로이트가 개인의 타고난 생물학적 욕망과 추동, 그리고 외부 환경의 요구 사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멜라니 클라인은 생물학적 추동보다는 애착 대상과 개인의 심리 발달 사이의 관계에 더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클라인의 이론은 영국의 수많은 정신분석 학자에게 영향을 미쳤고, 이후 그 이론은 ‘대상관계’ 학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대상관계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멜라니 클라인은 주 양육자와 양육 대상의 관계에 주목하였고, 아기는 생애 초기부터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한 내적인 상을 발달시켜 나간다고 보았습니다. 
엄마가 따뜻하고 민감한 태도로 아기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면 그 경험이 좋은 상으로 자리잡게 되지만, 반대로 욕구가 좌절되거나 감정이 거절당하면 그 경험이 나쁜 상으로 자리잡게 된다고 본 것입니다.

생애 초기에 형성되는 내적인 상

물론 아기의 타고난 기질도 내적인 상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아기의 경우 젖이나 분유를 조금만 늦게 주어도 곧 숨이 넘어갈 듯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기는 타고난 기질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면에 다양한 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에 따라 어떤 아이에게 엄마란 신뢰 깊고 따뜻한 존재로 각인되어 내적인 상도 긍정적으로 자리잡게 되지만, 다른 아이에게 엄마란 믿을 수 없고 차가운 존재라는 부정적인 상으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클라인은 이렇게 생애 초기에 형성된 내적인 상이 이후의 대인관계에도 본보기 template 가 되어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학교에서 비슷한 성향의 선생님을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 아이에게 있어 선생님은 자신의 부모처럼 잘못된 행동을 엄하게 비난하고 처벌하는 존재로 여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선생님이 온화한 태도로 자신을 대한다면, 아이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어른에 대한 자신의 내적 상을 수정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내면의 프리즘

이처럼 대상관계 정신분석에서는 인간의 내적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내적 세계는 외적 세계와 비슷할 수도, 혹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바다를 파랗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빛깔이 정확하게 어떤 색인지, 내가 보는 파란색이 친구가 보는 파란색과 같은 것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굴절이 심한 프리즘을 통해 바깥을 보면 세상은 온통 울퉁불퉁하고 뾰족하게 날을 세운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프리즘 안쪽이 뿌옇게 바랬다면 그것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안개에 싸인 것처럼 무척 희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대상관계 정신분석 심리치료

대상관계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한 심리치료는 개인의 내부 세계를 살피고, 부정적으로 굴절된 내적인 상을 보다 현실적이며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그 목표를 둡니다. 
내담자는 치료자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맺어온 대인관계의 패턴을 이해하고, 마음을 변화시킬 계기를 찾아 나가게 됩니다. 아기가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적세계를 발전시켜나가듯, 내담자는 치료자와의 관계를 통해 내적인 상의 본보기 template 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대상관계 정신분석 심리치료는 개인의 심리적 고통과 마주하고 인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힘을 기울입니다. 이를 위해 마음의 다양한 모습과 역동을 분석하고 내면에 잠재된 감정의 원인을 찾아냅니다. 의식적 영역과 무의식적 영역을 함께 다루어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 또한 대상관계 정신분석 심리치료의 중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